은행, 메타버스 공들이는데…규제에 발묶여

입력 2022-07-13 17:14   수정 2022-07-1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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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신한은행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시나몬’. 각양각색의 아바타(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들이 각자의 자산을 불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인덱스펀드, 공모주 청약 등 투자법도 다양했다. 실제 현금이 사용되는 건 아니다. 시나몬에서만 쓰이는 가상 재화 ‘츄러스’를 이용해 부자가 되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시나몬에 관심을 두는 금융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날부터 닷새간 열린 2차 베타 서비스(시험서비스)엔 약 8만5000명이 참여했다. 1차 때보다 5만여 명 급증했다. 신한은행은 추가 시험을 거쳐 올해 시나몬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이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타버스가 금융회사들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열해지는 플랫폼 경쟁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핀테크 기업 핑거와 함께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를 다음달 15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독도버스는 가상 공간인 독도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쓰레기 줍기, 둘레길 방문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플랫폼이다. 미션을 많이 완수한 고객에게는 실제 금융상품 가입 때 우대금리 및 수수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더샌드박스와 손을 잡았다. 더샌드박스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 가상 지점을 개설하고, 기본적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디지털경험본부 조직 내 ‘디지털혁신TFT’를 신설하기도 했다.

국민은행도 외부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로블록스, 게더타운과 네이버의 제페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플랫폼 내에 KB금융그룹 고유의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금융 실험’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도 외부 메타버스 업체 플랫폼을 활용해 올해 하반기 새로운 디지털 신사업 채널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엔 메타버스 업체 오비스와 함께 영업점 ‘우리메타브랜치’를 열고 금융권 처음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규제에 가로막힌 메타버스 금융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2019년 약 50조원에서 2030년 17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고객들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면 더 정밀하고 효과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기업과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가 현실화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예컨대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서 정의하는 가상 자산의 범위가 추상적이어서 은행들이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자금융감독규정으로 인해 금융 상품을 판매하려면 은행 내부 시스템에 한정된 플랫폼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상품 판매부터 보안 및 정보 보호, 금융 플랫폼 규제 등 검토해야 하는 법적 사항이나 규제가 많다”며 “감독당국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아직 마련 중이고, 기존 법과 규제를 해석하는 데 불확실성이 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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